방구석 소설가

(52)아주 특별한 사랑(마)

기억창고 주인장 2022. 3. 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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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랑

(이제 선택은 당신 몫이야!)

민준이 잠든 모습을 지켜보던 지수는 간단하게
민준에게 편지를 써놓고
핸드백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지수는 시동을 켠 다음
문득
생각이 난 듯이 핸드폰을 꺼내어
전원을 켜서 정환에게 전화를 걸어
민준을
데려가라고 연락을 했다.
새벽녘 서해의 바람은 갯내음이 더
짖게 다가왔다.

지수가 가끔씩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마다
찾아오곤 하는 서해 바닷가는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신호를
시각보다는 후각이
늘 먼저
알아차렸다.

한참을 달리다가 살짝 열어논 창문
사이로
케케하고 찝찔한 갯내음이
후각으로 들어와서

지수를 가장 먼저 반기곤 했다
하지만 분당으로 향하는 오늘 새벽
갯내음은
지수의 아쉬운 마음과는
다르게
찝찔한 느낌이 여느때하곤
다르게 강렬한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현관 번호키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와서
거실
등을 켜자,
거실 소파에 철진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지수는 순간 멈칫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지수가 이층으로
올라가려
하자 철진이 소리쳤다.
"그 어린놈이랑 같이 있었나?"
"네,.. 맞아요 그 애랑 같이 있었어요!"
지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철진이 지수의
손목을 잡고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침대에 지수를 팽개치듯 던져 버렸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껀가?"
"당신이 뭘 궁금해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말하기 싫어요,..."
지수가 담담하게 말하자,

"말하기 싫다고? 말을 못 하겠는 게
아니고?"

"당신이나 나나 좀 더 솔직해지는 게
어떼요?  당신한테는 중요한 게 내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말을 하기 싫을 수밖에요"
지수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
입으려
하면서 흥분한 철진과는
다르게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지나치게 담담한 지수 때문에 더 화가
난 건지
철진은 평상시 철진과는 다르게 격양되어 있었다.
하긴 아무리 데면데면한 부부
사이라지만,
부인이 다른 남자와 같이
밤을 지새우고 왔다는데,

그것도 자신의 입으로 당당하게 말하는 부인을 아무렇지 않게 대할 남자가
몇이나 될까?


정환은 새벽에 지수의 전화를 받고 서해안으로
출발한 지 한 시간 반쯤이 지나서
민준이 있는 펜션에 도착했다.

지수가 말한 룸으로 들어가려던 정환은
멈칫
문 앞에서 멈춰 서고 말았다
문틈으로 얼핏 방안 불빛과 함께
민준의 흐느낌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으므로 정환은 안으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면서

민준이 울음을 그치길 기다렸으나,
한참을 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만해라,.."
시니컬하게 한마디 던지면서 정환이 들어가자,
민준은 지수가 남기고 간 것으로 보이는 편지와
자신의 핸드폰을 양손에 쥐고 울고
있었고,
정환이 들어온걸 보고서도
손등으로 눈물을
훔칠 뿐 울음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환이 운전을 하면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민준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꿀 먹은 벙어리의 모습이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민준아~
너를 만나고, 너를 보면서 설레고 가슴이 뛰었어,
이렇게 가슴이 설레고 뛰었던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니 잠깐은 뛰었던 적이 있긴 했었나?
한적도 있었어.
20년 넘게 난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었어,
그걸 네가 다시 찾아준 거야,
그래서 고맙게 생각해,
난 너 스스로 네가 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나의 민준아~
네가 나의 잃었던 여자로서의 마음을
되살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나를 보고 웃어 줄 때에도,,
나의 입술에 입을 맞춰 줄때에도,
사랑의 말을 할 때에도 다른 누군가와의
추억을 떠올리곤 하는 나를 용서해라.
네가 뭐가 부족해서? 너와 같이 있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많은걸 희생하고
감수하려고 하니?
넌,.. 너와의 이야기가 너와의 사연을
하나씩 차곡차곡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갈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거야

내가 너를 받아 드릴 수 없는 건 너를
사랑하는 맘이 작아서가 아니야.
나를 사랑해서 네가 더 발전을 하지
못할 지언정 너무 잃는 게 많다면,
난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야,.
너를 보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걸
잃을까 겁이난 게 아니고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뭔가를 잃을까
겁이 났다.

민준아~
난 널 믿는다, 너랑 나와의 추억으로
인해서 좌절하거나 추락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래서 더욱더 성숙하고 발전해 나갈
너를 바라보는 게 앞으로 내겐 큰 행복으로
다가올 거야,
안녕~행복해라 내 사랑



지수가 첫사랑의 상처를 토사물과
함께 날려
버리듯이 민준은 자신의
눈물과 함께 지수와의

사랑의 상처를 날려버리려는 듯,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눈물을
멈추질
않았다.

"얘기 좀 해요!"
철진과 실랑이를 하다가 샤워를 하고
옷까지
갈아입은 지수는 결심을 한 듯,
정우가 자고 있는 이층으로 올라가서
정우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주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철진에게 다가갔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하얀 홑이불 호청을 깨끗이
빨아서 풀을 먹이셔서 마당에 널으신
거예요.

난 눈이 부시게 하얗고 아름다운
이불 홑청에
반해서 이불호청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뛰어놀았어요.
숨박꼴질도 하고, 바스락 거리는 이불
홑청
소리가 노랫소리로 들려서
사이사이 돌아다니면서 춤도 추고
깔깔댔던
것 같아요.
나중에 보니 그만 하얀 이불 홑청에
내 더러운
손자욱이 묻은 것 때문에
할머님께 엄청 혼이 났어요".
"???"
"이제 난 이불 홑청을 더럽혀서 할머니께
혼날까 봐 걱정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다만 나 스스로 눈부시게 깨끗한 이불
홑청은
더러운 내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쯤은

스스로 알만큼 나일 먹은 거지,..
눈이 부시게 하얀 홑이불을 보면서
아름다워하고, 풀을 먹여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상쾌해할 줄 아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나보고 당신과 그놈을 이해해 달라는
건가?"
철진은 암호 같은 지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듯 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하긴 지수 역시 말을 꺼내면서도 철진이
지수의 말뜻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다만 지수는 웬일인지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철진에게 전해야 할 것이라는
의무감 비슷한 것이 생겼으므로 의무를
이행한 것뿐이었다.


"그래서 나하고 이혼이라도 하고 그놈이
자기랑 결혼이라도 하자고 하던가?"
"네,.. 결혼하고 싶데요,.. 하지만 내가 싫어요,

당신을 사랑해서도 아니고 양심의 가책 때문도
아니고, 그저 그 애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분명한 건 나 역시 그 애 때문에 설레고
흔들렸어요.
하지만 변명 같지만 난 그 애를 통해서
당신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당신하고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이제 결정은 당신이 하세요!
당신의 선택에 맡길 거예요"
지수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은 선택할
권리가 없으니,
철진이 선택하라는 그리고 지수 자신은
어떠한 결정이던,
철진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철진에게 남기고 이층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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