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35)아주 특별한 사랑(P-1)

기억창고 주인장 2022. 3. 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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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랑

(첫사랑에 의미)

 

“나,.. 너 좋아해,.. 너랑 잘해보고 싶어!”
집 앞에서 지수를 기다리던 정휘를 데리고
인근 놀이터로 간 지수를 정휘가 아무리
설득해도 정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자,
다급해진 정휘가 지수에게 소리쳤다.
그래? 그런데, 어쩌냐?
난 널 좋아하지 않는 거 같은데,.!”
매달리는 정휘에게 냉정하게 말을 하긴 했지만,
어쩌면 지수도 자신에 대한 정휘의 확실한
입장표명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날 기분은 상하는데, 왜 상한지,..
내가 너에게 왜 기분이 나빠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더라,..
그리고 생각해 봤는데,
내가 너한테 기분 나빠할 자격이 없더라고,..
그래서 기분 나쁘지 않기로 했어"
희정이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길게
변명을 늘어놓는 정휘를 보는 것도 싫었고,
그런 구질구질한 변명을 듣고 있는
지수 자신도 싫어서
지수는 정휘에게 담담하게 말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정휘에게 냉담하게 발길을 돌렸었다,

여자에게 첫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수에게 첫사랑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래 그렇다,..

첫사랑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첫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나중에 지수는 정휘와의 어정쩡한 관계를
일찌감치 정리하지 못하고
질질 끌게 된 변명을 굳이 첫사랑 때문이라고
핑곗거리를 찾았었다,.


좌우지간에 지수와 정휘는 그 이후로도
재경 모임에서 자주 여럿이 만났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지수의 마음도
누구러져서,정휘를 다른 동기들보다
각별하게 생각하게 되었었다.
그렇게 지수와 정휘의 관계가 다시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할 때,
대학을 2년 마친 정휘가 입대를 하게 되었다
정휘가 군대에 갈즈음에 이미 다른 친구들도
군대에 가 있었고,
또 정휘가 간 뒤 몇몇 친구들이 뒤따라서
군대를 가는 바람에 그때 모이던 많은 친구들
중 대부분의 남자 동기들은 더 이상 모두
함께 모이는 일이 힘들어졌다.

군대에 간 정휘와 지수가 간간히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일 년쯤 지난 어느 날,
희정이가 지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강남역 근처 2층에 위치한 커피숖은 그동안
친구들과 몇 번인가 만났던 장소라서
찾기에 쉬울 것 같아서 그 장소로 정했는데,
가서 보니 전에는 일층에 유명한 운동화
매장이 있었는데,
다른 품목이 들어오는지 매장 인테리어를
다시 하고 있었다.
신문지 등을 붙여놓고 페인트를 칠하느라고
신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지만
지수는 신나 냄새를 뒤로하고 이층으로 올라가서
10분쯤 기다리니 희정이가 나타났다.


“오랜만이다 “
희정이의 표정은 그리 지수가 반가운 듯
보이지는 않았다.
“웬일이야? 날 만나자 골 다하고?”
한참이 지난 후 아이스커피 한잔을 거의 다
비울 쯤이 돼서야 희정이가 말했다.
“진해 갔었어”
“...??”
지수는 갑자기 아이스커피를 마시다가
커피에 딸려 들어간 얼음 조각이
목에 걸린 듯 잠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정휘 만났는지 궁금하지 않니?”
“궁금해야 하니?”
희정이의 질문에 지수가 목에 걸린 얼음을
삼킨 후 말했다.
“며칠 전에 병원 갔었어,..
이 나이에 애를 낳을 수는 없잖아!”

아무래도 커피숖 계단을 올라올 때부터
신나냄새가 문제인 것 같았다.
“우욱~~ 잠깐 만 ”
지수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희정에게 양해를
구한 후 화장실로 갔다.
한참을 변기통에 구토를 한 후 손과 얼굴을
씻고 나서 거울을 보면서 지수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신나 때문이야!...
신경 쓰지 마 신나 때문이라고’
이렇게 속으로 다짐하면서 화장실을 나와보니
희정이는 이미 떠나고
신나 냄새의 기억과 먹다 남은 아이스커피잔의
반쯤 남은 커피가 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지수는 비위가 약한
자신을 탓했다.
‘그래,.. 괜찮아,.. 그저 비위가 약할 뿐이야,...
집으로 돌아온 지수는 며칠 동안 계속 토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앓아누워있었다.

"애들은 앓고 나면 큰다는데,..
하긴 언니는 좀 크긴 커야 해,.."
갓 대학에 입학한 지수의 동생 희수가
앓아누운 언니를 딱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애 늙은이처럼 중얼거렸다.
희수의 말대로 지수는 그날 이후 위장만
튼튼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생각이나 마음의 비위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지수는 자신의 첫사랑을 구토의
토사물과 함께 떠나보내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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