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50)아주 특별한 사랑(다)

기억창고 주인장 2022. 3. 26. 15:02
728x90
반응형
SMALL

아주 특별한 사랑

두려운 이유

"엄마! 지금 민준이 형이 잠적해서 난리 났어요!"
지수가 캐나다 여행에서 돌아오자,

정우가 지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누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날 늦은 밤 민준으로부터
온 전화를 계속 받지 않자, 문자가 왔다.
여행을 앞둔 터라 바빠서이기도 하고,
또 인터넷에 난 기사 때문에 아무래도 가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여,
민준이 출연한 영화 (영웅) 시사회에 초대를
받고도 지수는 가지 않았었다.


(잠깐 얼굴만 보여줘요)
(누나 얼굴 못 보면 안 갈 거예요)
(저 술 마셨는데, 이대로 운전해도 좋아요?)
(잠깐만 나랑 있어줘요,. 내 이야기만 들어줘요)
민준에게서 계속 문자가 날아왔다.
지수가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니 가로등 하고
좀 떨어진 곳에 민준의 차가 보였다.

정환에게 민준을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건 다음
지수가 밖으로 나가서 민준의 차문을 두드리자,
민준이 어린아이처럼 웃으면서 문을 열고 나왔다.
"됐어! 누가 보면 어쩌려고,.. 키좀 줘봐"
키를 받아 든 지수가 운전대를 잡자 민준이
옆좌석에 앉았다.
운전을 하면서 지수는 정환에게 택시를 타고
율동공원 주차장 쪽으로 와서 전화를
하라는 말을 남겼다.


"누나,.. 보고 싶었어요,. 누난 안 보고 싶었어요?."
"엉....."

민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수가 말하자,
"에이~설마,.. 얼굴에 보고 싶었다고 쓰여있구먼,.."
"참나,.."

어이없다는 듯 지수가 헛웃음을 웃자 민준이
천진난만하게 소리쳤다.
"웃었다,.. 누나 나한테 누나 속 들켰죠?

난 왜 이렇게 누나 맘을 잘 아는 거야?"
"보고 싶지,..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하지만 난 네가 보고 싶으면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봐,...
이게 너랑 나의 차이야"
순간 민준의 표정에서 웃음이 가시면서
시무룩하게 말했다
"지금,.. 삼팔선 긋는 거죠? 누나 참 못됐어요?,.."
"아이고~민준아 언제 철들래,.."
"아~정말,.. 누난 나이 많은 게 벼슬이에요?

왜 할 말 없으면,
나이 많은 걸 자꾸 어필하세요?,."
민준이 화가 난 듯 소리쳤으나 지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운전만 할 뿐이었다.


"누난 나한테 그렇게도 어른 대접받고 싶으세요?"
"어,.. 그래 어른 대접받고 싶어,..
근데, 네가 자꾸 잊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율동공원 안에 있는 주차장 한적한 곳에

지수가 차를 세우면서
민준의 말에 지수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자,
민준은 약이 올라 식식대면서 툴툴거렸다.

"민준아,.. 김민준,.. 나 너 좋아해,.
그것도 무진장."
지수의 그 말에 민준이 반색을 하자,

지수가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민준의 입에 가져다 대면서 조용히 해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얼마나 좋아하냐고 물으면? 하늘땅땅만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해,..
너 보고 싶으냐고? 너무 보고 싶지?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고,..!"
"또 뭔 말을 하려고요,.."
"하지만 보고 싶은 사람 다 보고 다 만나고

사는 건 아니지,..
,.. 난 말이야,.. 살면서 내가 뭔가를 희생해야
한다면, 그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다지 욕심이 없는 나이지만
내 것을 잃을까,.. 혹시 나 자신 상처를 입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했고,
근데,... 그러던 내가 요즘은 나로 인해서
누군가가 상처받지는 않을까?
나 때문에 뭔가를 잃게 되지는 않을까
두렵고 무서워,.."
"누나,..."
지수의 말을 듣던 민준은 술이 확 깨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나때문에 왜?
네가,..앞길이 구만리같은 니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려고 그러냐고,.."
"누나,.. 누나가 모르는 게 있어요,..

난 그동안,.. 모르겠어요,..
나도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인지,..
어렴풋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또 늘 고생만 하시던 엄마를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 과연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이런 내가 한 여자의 인생을 책임지고
멋진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았어요,..
근데, 누나를 보면서,..
누나랑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나 자신이
참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누나랑 함께라면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민준이 지수의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으면서
고백하듯이 말했다.

"얼마 전에 제가 정말로 많이 좋아하던
애가 있었어요,..
집안이 너무 좋은 집 애라서 기사도 그 애
아버지가 모두 막아 주었었지요,..
근데,.. 그 집 안에서 절 반대했어요,..
너무 보잘것없고,
더구나 아버지도 없고, 또 저희 아버지에
대해서 조사를 했나 봐요,..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 다는데,
그런 아버지의 아들인 제게
자신들의 귀한 딸을 시집보낼 수 없다고,,..
반대를 했지요,.."
희미한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언듯 보기에 민준의 눈가에서 반짝하는 뭔가가
느껴져 지수는 마음이 싸아해 왔다,
"전 그 애 부모님의 반대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으니,..
근데, 문제는 그 애였어요,..
그 애 부모와 마찬가지로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했다고 생각한 그 애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자신을 사랑한 게
아니고 내게 없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어요,.."
민준은 술 때문인지, 목소리가 격양되어
있었다.



"으흠,.. 아팠겠구나,.."
지수가 한숨을 쉬면서 손으로 민준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할 때,
민준이 한 손으로 지수의 손을 잡더니
다른 한손으로 지수를 확 끌어안으면서
갑자기 자신의 입술을 지수의 입술에 포개였다.
지수가 민준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민준은
더욱 세게 지수를 끌어안는가 하는 순간,
지수 볼에 민준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찝찔한 액체의 감촉이 지수의 볼에 느껴짐과
동시에 지수는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온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민준아,.. 나 내일 정우 아빠랑 여행가,.."
한참 동안 정적이 흐른 후 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에? 여행요? 가지 마세요,.."

민준이 울부짖듯 말하자
" 민준아,.. 꿈에서 깨어나,..
난 나이 많은 아줌마야,.. 너랑 나,..
이러는 거 진짜 웃기는 거야!
난 너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않어,..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너를 나쁜사람 바보로 만들어야겠니?"
"난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이 나보고 뭐라

그러는 거 난 상관없어요!"
"난 상관있어! 난 네가 멋진 남자로 배우로

성장하는 걸 보고 싶어!"


두 사람이 살랑 이를 벌이고 있을 때 지수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 정환이 근처에 도착했된다,.."
"여행 가지 마세요,..

나 미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민준은 정환이 도착했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지수와 철진의 여행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세일 때 떨이로 팔아버린 재고품처럼
민준을 정환에게 처리해버리는 게
지수도 맘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지수는 민준과 자신의 관계 정리를
위해서 물리적인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할 단계가
되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면서,..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지수에게 민준이
영화 홍보 등 미리부터 잡혀있던 스케줄을
모두 펑크내고 어디론가 잠적해 버렸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728x90
반응형
LIST

'방구석 소설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아주 특별한 사랑(마)  (0) 2022.03.26
(51)아주 특별한 사랑(라)  (0) 2022.03.26
(49)아주 특별한 사랑(나)  (0) 2022.03.19
(35)아주 특별한 사랑(P-1)  (2) 2022.03.19
(48)아주 특별한 사랑(가)  (0) 2022.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