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49)아주 특별한 사랑(나)

기억창고 주인장 2022. 3. 19. 15:07
728x90
반응형
SMALL

 

아주 특별한 사랑

겨울잠을 자다

이른 아침 한남 슈퍼 앞에는 지수와 철진

말고도 20여 명의 일행들이 모여있었다.
물론 지수네 처럼 부부도 있었고,
여자 친구끼리, 또는 엄마와 아들,
엄마와 딸이
같이 동행을 한경우도
있어 보였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시 콜럼비아주를
출발해서
이곳보다는 훨씬 추운
앨버타주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는 박식하기도 했지만

성실한 사람인듯, 거의 쉬지않고 버스가

달리는 곳곳에 대해서 많은
설명들을 해주었다.


호프라는 곳을 지나가는데,
길가에 대포로 보이는

물체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길가의 대포는 인공적으로 눈사태를

내기 위한 대포라고 했다.
겨울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한꺼번에
쌓인 눈이
길가로 무너지면, 버스가
전복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대포를 쏘아서 눈사태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로키를 향해 가면서 곳곳에 파다가
중단 한
동굴도 보였는데,
그것은 캐나다 동서를
이어주는 철도를 설치하기 위해서
중국사람들이 공사장 잡부로 와서 일을 했다는

것이었으며, 캐나다 동부에서
시작한 철도가
밴쿠버까지 이어지면서
그때 일하던 수많은 중국사람들이
밴쿠버에 터를 잡았기 때문에

지금도 뱅쿠버에는 차이나 타운이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어느 도시에서는
이상하게도 썩은냄새가 진동을 하였는데,
그지역은 새몬암이란 곳으로 연어가 와서
알을 낳고는 죽는 곳이어서 시야에 보이는
백사장 모래속에 죽은 연어들의 시체가
즐비해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이 동네에서는 연어
썩은 냄새가 난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수랑 철진이 자다 졸다를 계속하면서
가이드의 자상한 설명을 듣고 있을 때,
가이드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곰이 평소에는 몸무게가 100킬로에서
150킬로 나 가거든요,.. 그런데, 겨울잠을
자기 위해서 250킬로에서 300킬로로
2배 정도로 늘린 답니다.
체중을 늘리다가 늘리다가 안되면
마지막에는
연어를 마구 먹어서
목표하는 체중에
도달하면 겨울잠을
자기 시작하지요.

곰이 겨울잠을 자다가 언제 깨는지
아십니까?
저 아래 민들레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면
그 냄새가 잠자는 곰의 코끝을 간럽히지요
그러면 곰은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나 보다
하면서 일어나서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내려와서는 민들레 싹과 꽃잎을 뜯어먹고
시원하게 대변을 봅니다.
다행히 대변을 보는 곰은 살아나고,..
대변을 보지 못하는 곰은 죽게 되지요,..
그런데, 민들레가 우리나라 씀바귀랑
비슷해서 유학생이나 이민오신분들이
고향
생각하면서 뜯어먹고는 설사병으로
고생하기도 하시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가이드의 긴 이야기 때문인지
곰 이야기에 흥미가 생겨서인지 지수는
잠이 확 깼다




그날, 지수는 멋진 밴프 스프링스 호텔을
구경할 때에도, 밴프에서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갈 때에도,
동반자들과 노천탕에 들어가 있을 때에도,.
특히나 지수가 좋아하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 촬영지라는
(보우 리버) 앞에서 그 강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에도 하루 종일 웬일인지 곰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당신 피곤하지 않아?"
종일 골똘히 뭔가 생각에 잠긴듯한
지수가 신경이 쓰였는지,
아니면 둘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밴쿠버에서
로키여행을 스스로 여행사와 계약까지 한
지수에 대한 희망 때문인지,
철진이 샤워를 하고 화장대 앞에 앉은
지수에게 다가와 어깨에
다정히 손을 얹으면서 말을 걸었다,
"미안해요,.. 조금만 시간을 줘요,.."
화장대 거울로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있는 철진을 바라보며 지수가 말했다.


'3개월 정도 체내에 쌓인 배설물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면 죽는다는데,
나는 어찌하여 20년 동안 내 몸과 마음에
쌓아두기만 한 걸까?'
'어느 부부는 평생을 탄광을 그렇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힘을 합쳐
가꾸기도 하는데, 난 과연 내 가정,
내 울타리를 아름답게 가꾸고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날 밤 복잡한 심경으로 지수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지수는 민준에게로 향하는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철진을 용서하고 이해할 핑계 거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지수는 늘 이성적으로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뭔가가 나타나면,
그것을 자기 것으로 쟁취하려고 노력을
하기보다는 포기하기 위해서
냉각팬을 돌리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자제를 요구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민준을 향한 그녀의 마음조차 시작도
하기 전에 방어태세를 먼저 취할 것이고,
그렇게 민준에게로 향하는 자기의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정리하려고
모든 방어기제를 작동시킬 것이다.
그리고는 그런 자신의 마음이 스스로
자제를 한 것인지,
그저 그를 향한 마음이 워낙에 작은
것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이
그렇게 아쉬움만을 남기고 정리하게
될 것이다



728x90
반응형
LIST

'방구석 소설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51)아주 특별한 사랑(라)  (0) 2022.03.26
(50)아주 특별한 사랑(다)  (0) 2022.03.26
(35)아주 특별한 사랑(P-1)  (2) 2022.03.19
(48)아주 특별한 사랑(가)  (0) 2022.03.19
(45)아주 특별한 사랑 (Y-1)  (0) 2022.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