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47)아주 특별한 사랑(Z)

기억창고 주인장 2022. 3.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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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랑

(아들과의 대화)

 

 

“네가 웬일이냐?”

철진이 강의를 마치고 자신의 방에 들어서자

웬일로 아들 정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봐요?”

아들이지만 정우 녀석은 어려서는 그러지 않더니

점점 크면서 엄마만을 싸고돌았다.

다른 집 아들들은 크면서 아빠를 따른다는데,

정우는 정 반대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의 애인처럼 굴면서

아빠한테는 냉정하게 구는 모습이

아빠인 자신을 마치 연적을 대하는 듯 한

눈빛이었다.

 

“요즘 엄마 좀 우울하신 것 같아요,..

할아버지일도 그렇고,...

아빠가 관심 좀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

“네 엄마와 내가 이렇게 지내는 것이 아빠 탓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럼, 아빠는 엄마 책임이라고 생각하세요?”

정우는 이제 제법 컸다고 아빠인 철진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곤 했다.

"이건 순전히 제 느낌일 수도 있는데,..

오래전부터 아빠에게 다른 사람이 있는 거

알고 있어요"

"넌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니?"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정우의 말에

철 진역 시 다른 때와 다르게 정우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돌리지 않고  곧바로 진도를 나가버렸다.

"다른 건 모르겠고요,.. 엄마를 사랑하신다면,

다른 여자를 만나면 안 된다는 건 알아요!"

아빠가 진도를 나가시겠다면 굳이 정우도

피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정우가 자란 것일까? 제법 두 사람의

대화가 팽팽하게 긴장감이 돌았다.

"미안하구나,. 변명 같지만,.

아주 오래전 그때는 정말 단순한 실수였다...

그 한 번의 실수로 인해서 평생 난 혹시나

내게 문을 열어줄까?

하는 마음으로 네 엄마 곁을 서성이고 있다"
"... 아빠,..."

비록 아들일지라도 이 순간이 솔직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것을 보면,

유머감각은 좀 떨어지지만 철 진역 시 둔한 사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가끔은 나 자신이 주인 밥상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를 기다리는 강아지가

된 것 같아서 화가 나기도 했고,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서서 문을 바라보면서 외로움에 떨기도

했었단다,.."

"설마요,..."
"그래도 요즘은 네 엄마가 내가 누굴 만나는지

신경이라도 써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우는 철진의 솔직하고도 처절한 마음속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아빠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아~정말,.. 뭐가 그리 어려운 거예요?

아빠 그러지 말고요, 얼마 있으면 여름방학이니

엄마 모시고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는 건 어떼요?"

”우리 정우가,... 많이 컸구나,.. 고맙다,.. “

희미하게 미소를 띠면서 말하는 철진의 방을

나오면서 정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의

외로움이 가슴으로 느껴져 먹먹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빠가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민준이 형과 엄마의 인터넷

기사 정도에 엄마와 이혼을 결심할 정도의

아빠는 아닐 것이라는 확신 비슷한 생각이

정우에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엄마! 엄마는 아빠 사랑하세요?”

정우의 느닷없는 질문에 지수가 정우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아빠 사랑하셔서 결혼하셨냐고요?

지금으로 봐서는

별로 사랑하시는 것 같지 않아요...

두 분이 왜 어떻게 결혼하셨는지 궁금해요,.. “

정우의 느닷없는 질문이었지만 그냥

묵살해버리기에는 정우의 표정이 너무 신중해

보였다.

“정우야! 이 세상에 불처럼 활활 타는 사랑만 있는

건 아니야!”

“그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늘 엄마가 아빠를

사랑하시는지 궁금했어요,..

엄마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또 사랑받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신 것 같아요,.. “

“???”

“전 늘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으셔서

그런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오늘 아빠를 만났는데, 

아빠가 그러셨어요,..

아빠는 늘 엄마가 아빠한테 엄마 곁을 내주길

기다렸다고,..

주인 밥상에서 떨어진 빵 부르러 기라도 주워 먹으려는

강아지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엄마는

곁을 내어주지 않았데요 “

”네 아빠가 그런 소릴 하디?

그래서 주인이 빵부스러기 주는 거 기다리다가

지쳐서 다른,... “

지수는 차마 정우 앞이라 말을 하지 않고 멈추어

버렸다.

“도대체 왜들 그러시는 거예요?...

전 엄마랑 아빠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시면서

다정하게 사시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

좀처럼 지수에게 화를 내지 않던 정우가 화가 난 듯

지수에게 소리쳤다.

”정우야! 부부가 살면서 늘 젊었을 때처럼 다정할

수는 없어!

그렇다고 우리가 싸우는 것도 아니잖니? “

”아니요~ 오히려 전 싸움이라도 하시는 편이 더

애정이 남아있는 것일 거라는

생각까지 했었는 걸요 “

친구들이 아들은 결국 크면서 아빠 편이 된다더라,..

아빠를 이해하게 된다더라,.. 하던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지수는 알 것 같았다,

 

더구나 정우는 지수에게 민준에 대해서 단 한 마디의

말조차 묻지를 않고 있었다.

엄마에게 묻는다는 사실이 두 사람의 관계를

기정사실화 시키는 꼴이 될까

걱정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서인지,

연일 인터넷에 K군이 누구인지,.

K군이 김민준이라는 누리꾼들의 이야기,..

또한 김민준이 좋아하는 문제의 연상녀가

누구라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었지만 정우는 단 한 마디조차

지수에게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그런 정우를 바라보면서  아쉽지만,

사랑스러운 아들 정우가 이제 더 이상 사랑스러운

아들이 아닌, 남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지수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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