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46)아주 특별한 사랑(Y-2)

기억창고 주인장 2022. 3. 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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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랑

(정우와 민준)

 

지수의 아들 정우는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성장이 더딘 아이여서 엄마인 지수의 애를
태웠었다.
말이 늦고 시선을 마주치지않는 정우가
걱정
되어, 소아정신과로, 특수아동 교육기관을 전전하느라고 지수는
화창한 20대 중반을
날려 버려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날 자고 일어나더니 스타가 됐다는 말이 있듯이 정우는 어느날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글을
읽기
시작했던 아이다.
그런 정우는 크면서는 제법 그 또래의 아이들이 이해 못 하는 섬세한 면까지
엄마를 이해하고
챙겨주는 엄마의
아들이자 연인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엄마를 제법 잘 안다고 생각하는
정우에게 요즘 엄마가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전에는 허기진 사람처럼 보이기는 해도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는데,
요즈음 엄마는 우울해 보이고 삶의 의욕이
없어 보여서 애처로울 뿐이었다.
그러다가 티브이에 나오는 민준을 본 날 정우는 이상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냥 농담으로 그 말을 하기에는 너무 적나라했고,
그 말을 들은 엄마의 반응도
여느 때 같으면 웃어넘길 엄마가 너무 심각하게
화난 듯 티브이를 꺼버린 것이다.


“민준이 형! 저 정우예요,..
시간 되시면 저 밥 좀 사주세요!”
“어 그래~ 알았어 그렇지 않아도 보고 싶었는데,..”
정우가 망설이다가 전화를 했더니 민준은
아주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정우가 민준을 만나러 간 커피숖은
압구정동 갤
러리아 뒤편에 있는 커피솦 이층인데, 민준은 이곳에 자주 오는 것 같았다.
"누구야? 아는 동생?"
여자 주인이랑 민준이 잘 아는 사이인지 정우를 보고는 민준에게 반말로
물었다.

“제가 이뻐하는 동생이에요”
“샤프하게 생겼다~”
나이를 먹은 여주인은 긴 생머리를 하나로
묶고 옷을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입어서 그런지 전에 당구 중계에서 본 쟈넷리라는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모습의 여자였다.


"아참! 영화는 평이 어떼요? 관객이 많이
들 것 같아요?"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시킬 대화 소재가
생각난 듯 정우가 말을 꺼냈다.
"알 수 없지,.. 평론가들 평가랑 관객들이 많이 오는 거랑 달라서 말이야,..."
민준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불안해서인지,

다른 때에 비해서 좀 가라앉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불안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해 보였다.

“형! 지난번에 티브이 봤어요!”
“그럼 인터넷 기사도 봤겠구나,..”
“진심은 아니죠?”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른 후,
뜸을 들이던 정우가 민준에게 물었다.
“엄마랑 같이 티브이를 보는데,
울 엄마 기분 상하셨나 봐요...
아니,.. 뭐 그렇다고 불쾌하고 그렇다기보다는
엄마는 자기를 웃음의 소재로 이용하거나
이런 거 싫어하시는,...
왜 울 엄마 까칠하시잖아요? “
정우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더듬거렸다.
“정우야! 나 지수 누나 좋아해! 아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좋아할 거야!
미안하다,...”
한참 동안 정우를 바라보던 민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형이 울 엄마를 좋아하는데,
왜 저한테 미안해야 하는데요?
그럼 나도 형 좋아하는데,
나도 미안해야 하는 거예요?”
애써 민준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정우가 되물었다.


"정우야! 정말 미안하다,..
날 이해해 달 란말 안 할게,.. 그래 이해하지 마"
"네? 잠깐만요,... 그럼,.. 형이,... 정말로,...

울 엄마를 여자로 좋아하기라도 한다는 거예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정우가 소리치자
"그래,.. 맞아,.. 남자 김민준이 여자 이지수를
좋아한다고,.."
"맙소사,.. 형!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말이 안 되긴 하지?
나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 마음을 내가 어쩌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민준의 그 말에 정우는 당황하여 뭐라 말을 할 수 없는지,
아무 말도 없이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엄마는요? 엄마도 아세요?
형이 엄마에게 향한 마음?”
“누나는 인정 안 해! 내가 착각하는 거래,...
세월이 지나면 그냥 흔들렸을 뿐이라고
기억할 거래”
“민준이 형!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엄마를 좋게 봐주신 건 감사해요,.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내가 아무리 신세대여서
나이 차이 이런 거 별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이건 정말 아니에요!
그리고 내가 아무리 형을 좋아해도,
난 우리 아빠 아들이라고요! “
속사포로 쏘아대는 정우의 말에 민준이
조심스럽게 뜸을 들이다 되물었다.
“정우야! 넌 아빠가 평생을 엄마만 보고
사신다고 생각하니?”
“네? 지금 왜 그게 중요한데요? 아!,..
머리 아파,.. 와아,.. 진짜 대박이다... 장난 아니야,..”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정우의
말을 민준이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알았어,.. 미안하다 아들인 너한테 이런 말 해서,..
하지만 내 감정 역시 장난은 아니야,..
그래서 나도 두려워,..
민준을 만나면 뭔가 답을 얻을 것 같았던
정우는 오히려 더 혼란에 사로잡힌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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