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38)아주 특별한 사랑(R)

기억창고 주인장 2022. 2. 2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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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람

(그녀의 남편 그리고, 허기의 정체)

 

은재로부터 민준에게 전화가 걸려 온 것은
지수와 그녀의 남편과 함께 라운딩을 한 뒤,
정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수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단둘이 식당에서
차를 타고 떠나온 뒤 이삼일이 지나서였다.
그날 이후 정환은 세부에서 민준이
농담으로
하던 말이 생각났는지,
부쩍 민준에게
닦달을 하면서 지수 누나는 안된다고
강조를 했다.
민준은 정환의 그 말에 문득 자신이
그런 내기를
한 적이 있었나?
하고
잊었던 기억을 생각해
내게 됐을 정도로 이미 지수에 대한
민준의 생각은

장난스러운 기분과도 멀리 와 있었다.

화창한 초여름날 저녁에 은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을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고 받지 않았음에도,
전화벨은 자꾸 울렸고,
민준은 귀찮은 듯 담담하게

은재의 전화를 받았다.
아마도 은재는 술에 취해서 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다음날이면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은재의 전화를 무시하려던 민준이,
혹시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가는데,
문제가 생길까 하여,
은재를 택시라도 잡아서
집에 보내주려고 강남에 있는 술집에 들어서서
카펫이 깔려있는 널찍한 복도를 지나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술집 룸 안에서 어떤 남자가 젊은
여자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분위기로 보아 둘은 제법
친해 보이는 것 같았다.
옆모습만 보이던 남자가 고개를
젖히느라고
얼굴을 민준 쪽으로
돌린 순간,
민준은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듬과 동시에 세부에서

통화하던 지수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철진과
젊은 여자가 있는

방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금방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발길을
멈춘 스스로에게 어이없어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은재가 있는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라~! 민준 씨~~ 민준 씨 왔네,."
몸을 가눌 수도 없을 만큼 술에 취한
은재가
민준을 보자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웅얼거렸다.
"왜 이래? 당신답지 않게!"
민준이 차갑게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선채 말했다.

"민준 씨 나 결혼할 거야! 결혼하고
말 거다,.."

",...."
"당신이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게,..
나 좀 말려줘라"

",....."
"왜 말이 없어?
나 다른 남자랑 결혼해도 아무렇지
않은 거니?"
"일어나,.. 나가자 데려다줄게"
민준은 은재를 일으켜 세우면서 무표정하고도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취한 은재를 데리고 술집
밖으로 나가는데,

철진이 같이 술을 마시던 여자와
어깨동무를 하고

술집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은재의 집 울타리는 세월이 제법 흐른
지금도
민준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양재동에서 성남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전원주택들이 즐비한 동네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은재네 집은 도대체
울타리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웬만한 눈썰미로는 알아볼 수 없는 그런 집이었다.
거대한 은재의 집 앞에 도착한 민준은
운전석
옆에서 잠들어 있는 은재를 보다가 문득 예전 생각이 나서 가슴이 저려왔다.

민준에게 은재는 진심을 다해서 사랑한
첫사랑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정계에서 제법 명성이 있는 은재의
부모님은 내세울 것 없고,
아버지마저 없는 민준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셔서 반대를 했었다.
"난 민준 씨가 민준 씨에게 없는
나의 장점과
조건 때문에날 좋아하는
거여도 상관없어!"
민준은 은재 부모님의 생각이나 민준에
대한
편견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여자 은재조차

민준 자신이 은재를 좋아하는 이유가 민준에게 없는 좋은 배경이나,
보장된 앞날 때문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헤어질 때의 이유가 한 가지 일수는 없었겠지만,
민준에게 사랑하는 은재를 얻기 위해서
은재가족의 모욕이나 무시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사랑하는 은재조차도 그녀의 부모님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고, 좌절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민준은 은재를 과감히
포기를 했고,

늘 앙금처럼 민준의 가슴속에 은재는
상처로
자리 잡았었다.
그리고 민준은 은재와의 사랑을 통해서 인간은 외롭지 않기 위해서 한 사랑 때문에더욱더 외로워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은재를 데려다주고집으로 돌아온 민준은
그날 저녁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참을 뒤척이던 민준은 결국 그 답지
않게 정우에게

문자를 보내고 말았다.
(정우야! 잘 지내니? 어디야?)
(집이에요... 웬일로 제게 문자를??^^)
(혹시 엄마 뭐하시니? 그리고 아빠 들어오셨니?)
답답했는지 정우가 전화를 걸어왔다
"형 혹시 우리 엄마 좋아하세요??...
농담이고요,.. 아빠 안 들어오셨는데,
엄마 바꿔드릴까요?"
“아니다,.. 그냥 궁금해서,..
아빠가 늦으시나 보네”

“원래 좀 바쁘세요 우리 아빠,..
집 식구들한테 사랑을 못 받아서,..”
“ 그래 잘 자라”


그날 저녁 민준은 정우와 통화를
끝내고
은재를 만나고 와서
지수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자신 때문에 어이없어해야 했다.
“김민준! 도대체 넌 뭐가 궁금한 거야?
너하고 상관없는 일이야!
너답지 않게 지금 뭐 하는 거니?
아마추어 같이,..”

민준은 자신의 감정이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바람에 짜증이 나기도 하다가,
다시 또 지수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고
아려오다가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알 수 없는 복잡한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간 지수는 새벽 한 시가
넘어도 귀가
하지 않는 철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것은 20년 넘게 철진이 늦게 들어오거나,
심지어 철진에게서 다른 여자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이
담담하던 지수가 최근
들어 철진이 늦게
들어올 때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부인의 선물을
사지 않고
빈손으로 온다는 것이 마치
다정한 부부,
화목한 가정이라는
그림으로 완성해 가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일까?
철진은 해외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어느 순간
향수를 사 가지고 들어오곤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밤늦게 귀가하는
날 아침 철진이  
벗어놓은 셔츠를
세탁하려다 보면,

늘 철진의 셔츠에서 최근에 여행 중에
사 온
향수 냄새가 나곤 했다.
'내선 물을 산다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향수를 사 온 거야?'
'이 사람이! 내 화장대에서
향수를 뿌렸나?'

이런 생각을 하던 지수의 의문은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카드 명세서에서밝혀졌는데,
지난달 뉴욕을 다녀오면서 사다 준
불가리
향수의 지불 내역서에는불가리 향수가 한 개가 아닌 두 개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지수의 예상은 적중했다.
다음날 아침, 철진이 벗어놓은
셔츠에서는
지수가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강한 불가리의 향이 지수의 후각을 자극했고, 그녀는 갑자기 불가리
향이 너무 자극적이었는지,

구토 증세가 밀려와서
화장실 변기로 달려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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