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34)아주 특별한 사랑(O)

기억창고 주인장 2022. 2. 27. 14:37
728x90
반응형
SMALL

아주 특별한 사랑


(첫사랑에 대한 기억)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애들이 그렇듯이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되면,
재경ㅇㅇ동창회란 이름하에 한 달에 한번씩,
또는 두 달에 한번 정도 모임을 하는데,
거기서 만난 친구들 중 가장 말이 잘 통한
동기가 정휘이다.
정휘랑은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책,...
또 좋아하는 영화까지 지수랑 취미나
취향이 아주 비슷한 친구였다.

정휘와 지수는 재경ㅇㅇ동창모임 때
여럿이 같이 만나기도 했지만,
가끔은 정휘가 좋은 영화가 개봉됐는데
같이 보고 싶으니나오라는 전화가 와서 둘이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던가,
같이 연극을 보러 가기도 하는 등 둘이
사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몇 번인가 단둘이 만나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는
미숙이의 결혼식장에 가게 되었다.
결혼식장은 마치 동창회라도 하는 듯,
여러 친구들이 축하해주러 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뜻밖에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전학을 간 희정이가 와 있어서 지수는 약간  의아해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미숙이와
희정이가 각별한 사이었나 보다,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 당시 결혼식이라던가,
친구들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으레 남녀 친구들은 오랜만에 같이
어울려서 놀다가 새벽녘에 첫차를 타고
서울로 가서 각자 학교에 가는 것이
오래된 그들만의 룰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나이트클럽에서 놀고 있는데,
그날따라 정휘가 디스코 타임이 끝나고
부르스 타임으로 돌아가는 순간 지수의 손목을 잡았다.
“지수야~ 나랑 부르스 추자?”
“너 부르스 출 줄 알아?”
“엉 비디오 보면서 연습했거든,..”
이미 여기저기 부르스를 추는 무리들을
헤집고 빠져나오려고 한다는 것도
촌스러운 일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날따라 정휘를 거부하기에는 정휘의 표정이
지수로 하여금 거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 지수로 하여금 정휘의 부탁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든 이유라면 이유였다.


남자 동창 몇 명이 지수가 정휘랑 부르스를
춘다고 휘파람을 불면서 놀리고 지나간 이유는,
자신들은 이미 친구들끼리 부르스를 추지만
지수는 지금까지 아무하고도 손을 잡고
부르스를 춘 적이 없었다는 것을 많은
친구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지수와 정휘가 잘 추지도 못하는
부르스를 추고 난 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갑자기 친구들이 놀라서 화장실로 달려가고,
또 어떤 친구는 지수의 눈치를 보면서 정휘를
찾았다.
그녀 답지 않게 멍 때리면서 서 있는데,
정휘가 희정이를 업고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날 지수 일행은 그렇게 응급실 밖에서 다 같이
밤을 새워야 했었다.
물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어색함과 멜랑꼴리 한
느낌을 덤으로 안고서
지수는 그렇게 병원 응급실에서 밤을 새울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속으로 꾸짖으면서 말이다.


“지수 학생~ 남자 친군가 본데, 전화받어요!”
“저,.. 아줌마 죄송한데요 저 찾는 전화 오면
없다고 그래 주세요”
자취방에 전화가 없는지라 주인집 전화로
걸려온 정휘의 전화도,
정휘를 보는 것도 더 이상 지수는 하고 싶지 않았다

“지수야~ 나랑 얘기 좀 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오는 지수의
자취방 앞에서 정휘가 술을 한잔 했는지
기다리고 있다가 지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수가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를 하는 곳은
강서구 화곡동으로, 328번과 326번
버스 종점 근처에 위치한 다가구 주택
2층이었다.
그 동네를 택한 이유는 별다른 이유 없이
오직 서울에서 방값이 비교적 싸다는
단 한 가지 이유였는데,
지수는 그곳에서 대학을 마쳤고,
2년 뒤 지수의 동생 희수가 다니는 대학이
비교적 그곳에서 가까웠던 관계로,
동생 희수와 함께 그 동네는 두 자매에게는
서울 생활을 추억할 때
빠져서는 안 될 그런 동네로 기억되었다,


지수는 과외금지 조치가 있던 그 당시에도
다행스럽게 수업이 끝나면 이곳에서 가까운
인근 아파트에 사는 몇 명의 초등학생들에게
피아노 출장 레슨을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
지수네가 그리 어려운 형편은 아니지만
두 명의 자녀를 대학공부시킨다는 것은
지방에서 교편을 잡는 상호에게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기에 지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어 써야 했었던 것이다.

728x90
반응형
LIST

'방구석 소설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아주 특별한 사랑(Q)  (2) 2022.02.27
(36)아주 특별한 사랑(P-2)  (2) 2022.02.27
(33)아주 특별한 사랑(N)  (18) 2022.02.25
(32)아주 특별한 사랑(M)  (16) 2022.02.25
(31)아주 특별한 사랑(L)  (18)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