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36)아주 특별한 사랑(P-2)

기억창고 주인장 2022. 2. 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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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랑


(그녀의 결혼)

 

희정이 다녀 간 후 몇 개월이 지나서
휴가를 나온 정휘가 지수를 찾아왔다.
휴가를 나왔다고 한번 얼굴 좀 보자는
정휘의 전화를 받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한 모습으로 지수가 집을 나섰다.
그녀 자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혹시 내가 정휘를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고 의심이 생길 정도로 지수는
정휘때문에 아팠던 사실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고, 정휘와 걸었던 거리,
같이 봤던 영화와 연극,.. 또 정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깨끗이 잊어주는 것이
정휘에 대한 가장 큰 복수라고 생각
했는지도 모른다.


주변정리는 늦어도 눈치는 빠른 정휘인지라
그런 지수의 마음상태를 금방 눈치 챘는지,
지수의 눈치를 살폈다.
"지수야! 너 오늘 좀 이상하다,..
낯설게 느껴진다.,.."
지수의 표정을 살피던 정휘가 조심스럽게
지수의 표정을 살피면서 물었다.
“그래? 나도 네가 낯설다.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휘가 맞는지,...
아니,.. 어쩌면 원래부터 난 너를 전혀
몰랐었는지도 모르겠다“
지수가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말을 하는 건지,
혼자 독백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어투로
중얼거렸다.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왜 그러냐고?”
지수의 어투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정휘가 울부짖듯이 지수에게 바짝 다가
앉으며 물었다.
“널 만나러 오는데,
네 얼굴, 네 목소리가 기억이 안 나더라,,..
그래서 혹시,.. 널 알아볼 수는 있을까?
혹시 못 알아보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되더라고,.. “
독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는 지수를
쳐다보면서 정휘가 물었다.
”혹시,... 희정이 만났니? “
“너랑 희정이랑 잤다고?
그게 뭘 그리 중요하겠니?
그걸 가지고 유난 떠는 내가 문제지,.. “
”지수야~! 용서해! 아니 날 용서하지 마!
하지만 제발 이러지 마,... “
울부짖는 정휘의 말소리가 붕붕 허공을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 늦었어 다 잊었는 걸,
그러니 너도 잊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깨끗하게 우리의
첫사랑을 보내주는 거야!
그렇게 하는 것이 순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
씁쓸한 토사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듯이 지수는 그렇게 첫사랑에
대해서도 정휘에 대해서도 또한 희정에
대해서도 뭔가 문제가 생겨서 득득 거리는
컴퓨터를 보다가 그동안 다운로드하여 놓은
많은 자료들에 미련을 버리고,
포맷하여 깨끗이 정리하듯이 그렇게 정리해
버렸다.


그 후, 일 년쯤 시간이 지난 후에 지수는
지금의 남편 철진을 만났다.
언변이 좋고 유머감각이 남다른 정휘에 비해서
진은 유머감각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으로
그야말로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재로 학교뿐만 아니라
고향에서 소문이 자자한 사람으로
상호가 교장으로 있는 모교의 자랑이기도 했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학교의 역사 속에서
가장 먼저 지방고등학교임에도서울대에
합격을 해서 학교의 명예를 드높인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그런 사람이었다.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공부 아니면 살길이
없었기 때문에, 할 것이라고는 공부밖에
없어서 공부를 한 거지,
머리가 좋은 건 아니야”
철진은 늘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그런 철진과 6개월쯤 한 달에 두세 번 만나고
있을 때, 원래도 몸이 안 좋으시던 지수의
어머님께서 건강이 더 안 좋으셨고,
당연히 지수 어머님은 지수의 결혼을 서두르셨다.
철진을 뜨겁게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철진보다 더 성실하고 더 앞날이
보장되는 남자,..
또 집안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기도 했었다.
더구나 철진은 지수에게 정성이 지극했고,
화려한 언어나 선물로 지수를 감동시키는
면은 없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지수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 됐었다.



누구에게나 양면성은 있는 법일까?
제법 감성적으로 보이는 지수지만,
지수는 남자를,
또한 사랑을 별로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정휘에 대한 신뢰감이 깨어지면서
일찌감치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기대 역시 토사물과 함께 날려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수는 어려서부터 마치 조기 촉성 재배된
식물처럼 조숙한 아이였다.
워낙에 책을 많이 읽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환경이나 성향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초등학교 3학년 때
(테스)와 (여자의 일생)을 읽고 혼자서
결심을 했었다.
‘내 인생에 남자는 하나면 돼!
신중히 골라서 한 남자로 끝내고.
그게 안되면 그냥 혼자 사는 거야!‘
그녀의 그런 생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은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고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아름다운
스카렛 오하라도 결혼을 몇 번 하면서
품위를 잃어갔다고 어린 그녀는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순진하거나 정숙한 스타일이라기보다
그녀는 그냥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하면서 요식행위로 거치는 모든 절차들이
귀찮고 반복하기가 싫을 뿐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었다.

"지수야! 네가 재주가 많은 건 이해하는데 말이야,..
분명히 내용은 19금의 외설스런 이야기인데,
넌 우찌 하여 톨스토이로 만들어 버리는 거냐?"
"재주는 재주인데, 어쩌면 그런 면이 네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아,.."
그즈음에 남자 친구들과 남녀 간의 사랑,
또 성에 대해서, 성관계에 대해서 대화를 할라치면,
조신하고 보수적이다 싶은 지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보고는
몇몇 친구들은 뜨악해하다가는신기해하면서
가끔은 정곡을 찌르는 멘트를 한방씩
날려주기도 했었다.,


그런 지수의 장점을 장점으로 보아주고,
또 지수만을 사랑해줄 것 같은 남자라고
느껴지는 철진과 지수는 불타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호 간
신뢰라는 이름하에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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