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32)아주 특별한 사랑(M)

기억창고 주인장 2022. 2. 25. 22:22
728x90
반응형
SMALL

아주 특별한 사랑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사람)

 

“민준아~! 이상호선생님,..돌아 가셨데,..”
세부에서 돌아온 후 정신없는 촬영 일정으로
인해 늘 잠이 부족한 민준은 틈만 나면
잠을 자곤 했는데,
세부에서 돌아온 지 채 한 달이 안된
이른 아침에 정환이 민준을 깨우면서
말했다.
정환은 민준이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을 때,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보더니,
결국 스케줄 하나를 뒤로 미루고,
장례식장엘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늦은 저녁시간에 강남대로를 달려 도착한
병원에 딸린 장례식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쪽에서는 화투를 치면서
밤샘을 할 채비를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환아! 고맙다. 바쁠 텐데,
민준 씨는 뭐하러 왔어? 피곤하게,...”
하고 지수가 노르 끼리 하게 핏기 가신 얼굴로
민준과 정환을 맞았다.


“안녕하세요?
주정휘 선배님도 오셨네요!”
문상을 하고 잠깐 앉아서 뭘 좀 먹고
가시라는 정우의 이끌림으로
문상객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이동을 하던
정환이 반갑게 누군가에게 인사를 했다.
“ 민준아~ 주정휘 감독님 알지?
우리 학교 선배님이셔,.. “
“ 아! 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음, 자네 요즘 잘 나가던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네.
다음엔 우리랑도 작품 한번 해야지,.. “
그의 말투에서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어머나! 김민준 씨 아니세요?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 그러게 지수 아버님 아세요?”
정휘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정휘 말고도
친구인 듯 보이는 남자와 여자 몇 명이
같이 앉아 있었는데,
그중 여자 동기들로 보이는 두 명이
민준에게 아는 척을 했다.
“제가 민준이 일을 봐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을 잠깐 같이 뵜었습니다.”
“어머~ 그렇다고 문상을 오시다니,
민준 씨 의리 있으시네요! “
쑥스러워하는 민준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줌마들의 행동이 그렇듯 두 아줌마는
수다를 떨면서 실물이 더 멋지다는 등,
생각보다 몸도 좋다는 등 하면서 민준의 팔뚝과
어깨를 만지려 해서 민준을 당황케 했다.


“정환이 형~ 난 새벽에 다시 촬영하러
나가야 하니까 차에 가서 눈 좀
붙이고 있을게”
당황스럽고 쑥스러운 마음에 민준이
나가려고 할 때,
“정휘야~ 올만에 첫사랑을
만난 기분이 어떠냐?”
하고 민준의 팔뚝을 만지려고 하던
여자 친구가 말했다.
“또 시작이냐? 그리고 오랜만은 아니야~
선생님께 인사하러 가서 몇 번 봤어!”
정휘의 그 말 옆에 있던 남자 동기가
생각났다는 듯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냐?
몇 년이 뭐냐? 20년도 넘었나?
정휘 저 자식이 지수 발보고 가슴이
설렌다고 해서 우리가 모두 변태라고
놀렸었잖아,... “

'민준 씨도 내발을 보니 가슴이 설레요?
전에 나좋다던 애가 내 발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고 했었는데,..'
세부에서 지수가 발을 다쳤을 때,
당황한 민준에게 하던 말이 생각나서
순간, 고개를 숙여 구두를 신고 있던 민준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정휘를
바라보았다.
민준이 바라본 정휘는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과 문상객을 접견하느라고
정신없는 지수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민준이 이동하는 밴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떼었는데, 눈앞에 정휘 일행이 문상을 마치고
돌아가는지 배웅하러 나온 지수가 보였다.
지수는 친구들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정휘의 어깨를 손으로 한 대 살짝 쳤다.
싫지 않은 듯 정휘는 지수를 살짝 껴안고,
등을 두드려 주면서 위로를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차가 떠나자 지수가 장례식장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가 싶더니, 뭔가 생각이 나늣,
갑자기 몸을 돌려 주차장 쪽을 바라보았다.

지수가 민준의 차를 발견하고는 발길을
돌려서 민준의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차 문 앞으로 온 지수가 안을 들여다보자
민준이 얼른 문을 열었다.
“깜짝이야! 너 아직 안 갔니?
정환이도 안 간 거야?”
“좀 있다가 다시 촬영장으로 가야 해요...
그래서 여기 있다가 그쪽으로 가려고요,..”
“그럼 피곤하게 뭐하러 와! 가서 쉬지 않고,..
가만있어봐, 내가 가서 정환이 오라고 할게”
하고 지수가 몸을 돌리려고 하자.
다급하게 민준이 말했다.
“누나! 잠깐만요,.. 잠깐,.. 들어오실래요?”
하더니, 민준이 지수의 손목을 잡고
차 안으로 지수를 끌어올렸다.
“저보다는 누나가 좀 쉬셔야 할 것 같아요”


민준이 지수를 의자에 앉히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10살 때 돌아가셨어요,.
그러니 누나보다 내가 더 불쌍하죠?"
민준의 말에 지수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자,
"웃었다,.. 그리고 제가 누나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르죠?
우리 아버진 저랑 짧은 시간 같이
지내셨으면서 단 한 번의 좋은 기억조차
없어요,.. 그러니,.. 힘내세요,.."
"..."
"어려서 부모를 잃는다는 거,..
특히 남자에게 아버지를 잃는다는 거,..
더구나 아버지가 없다는 것보다 더 참기
힘든 건아무리 스스로를 위로하고
노력을 하려 해도,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는 거예요..
그게 얼마나 아들을 좌절하게 하고 주눅 들게
하는지 누난 잘 모를 거예요"
담담히 아버지에 대해서 말하는 민준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지수는
갑자기 생리통 초기 증상처럼 아랫배가
싸아하게 아파오는 것처럼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왼손으로 민준의
오른쪽 뺨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참 잘 컸다,.. 장하다,.. 우리 민준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던 민준이 지수의 손을
다정스레 잡고 지수의 얼굴을 바라보는 바람에,
두 사람의 시선이 일순간 마주치자,
"아,.. 미안해"
순간 자신의 행동에 당황한 지수가
민준이 잡은 손을 뿌리치며 어쩔 줄 몰라서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민준이 순간 지수를
와락 끌어안았다.
“미안해요 누나! 누나가 힘든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지수가 자신을 뿌리치려 하자 그런
지수를 더욱더 세게 끌어안으면서
민준이 지수에게 안타까운 듯 다정하게 말했다.
“김민준! 오버하지 마!
네가 왜 나한테 미안해?... 미안해하지 마!..
내가 그랬지?
난 포지션을 아는 사람이 좋다고,..
너! 주제넘은 거야!”
지수가 민준을 확 밀치면서 소리 질렀다.


화가 난 듯 문을 열고 사라진
지수를 바라보던 민준은
밴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중얼거렸다.
'누난 모르죠,..
이미 누나는 내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거,,,"
그랬다, 민준역 시 그 당시에는 몰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생각해 보니
민준 자신이 고민을 하던 소속사 문제를
강남역에서 생전 처음 본 그 아줌마의
그 말 한마디에소속사와의 연장 계약을
포기하고 정환과 함께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728x90
반응형
LIST

'방구석 소설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아주 특별한 사랑(O)  (6) 2022.02.27
(33)아주 특별한 사랑(N)  (18) 2022.02.25
(31)아주 특별한 사랑(L)  (18) 2022.02.21
(30)아주 특별한 사랑(K)  (2) 2022.02.21
(29)아주 특별한 사랑(J)  (0)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