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29)아주 특별한 사랑(J)

기억창고 주인장 2022. 2. 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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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랑

 

(아버지라는 이름)


그날 이후 지수가 민준을 일부러 피하는 건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골프장에서도 식당에서도 민준은 그녀의
모습을 볼수 없었다.
다만 그녀 숙소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임재범이라는 가수가 부른
(사랑보다 깊은 상처),..또 어느 날은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천년의 사랑)이라는 노래가 색소폰 음색으로
들려왔고,
민준은 그저 짐작으로 지수가 연습하고 있구나,..
하면서 그녀의 숙소를 지나치곤 했다.


“엄마! 내일 민준 이형랑 정환이 형
한국으로 간데요..
오늘 민준이 형이 다금바리 쏜다고 6시에
풀장 앞으로 모이라는데,... “
하면서 정우가 신이 나서 말했다.
“엄마도 갈 거지? 정환이 형이 엄마 꼭
모셔오라고 했단 말이야,..”
정우의 보챔도 있었지만,
저녁을 먹은 후 상호도 한국 들어가서 영화
잘 찍으라고인사나 하자는 바람에 지수는
아버지 상호를 모시고 풀장으로 나갔다.
풀장에 도착하니 정우와 정환, 그리고 민준
세 사람이 지수와 상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
지수가 의아하다는 듯이 묻자
“송별회 우리끼리 하는 거예요”
하고 정우가 웃었다.
“난 또 스텝들이랑 같이 하는 줄 알았지,..
민준이 넌 애쓴 스텝들한테 돈 좀 써라.
애가 쪼잔하게,.. “
지수가 민준을 향해 눈을 흘기면서 말을
던지자,
"누나~저 누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쪼잔한 사람 아니에요"
하면서 지수를 향해 의자를 꺼내 가리키면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정환이 노래방 기계를
만지작 거리더니,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사랑의 미로)를
불렀다.
정환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던 지수가
갑자기 일어나서 상호의 어깨를 두 손으로
다정히 잡고는 상호를 일으켜 세우더니,
"멋진 신사분 저하고 춤 한번 추시지요?"
하고 짐짓 조르는 시늉을 했다,
그런 지수가 싫지 않은 듯 상호도 웃으면서
일어나서 지수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 아빠는 아마 할아버지가 부러울
지도 몰라요,..”
지수와 상호가 다정하게 부르스 추는 걸
바라보던 정우가 말했다.
놀란 듯 민준이 정우를 쳐다보자,
“우리 엄마 각종 기술 연마의 일등공신이
울 아빠잖아요?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울 아빠도 희생양일 수 있어,...
맞아,.. 엄마의 저 드라이한 성격의 제일
큰 희생자는 울 아빠일 수도 있겠다 “


하고 정우가 약간의 취기 때문인지 다른 때보다
더 수다스럽게 까지 느껴졌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민준과 정환의
말에
“울 엄마랑 아빠는 참 드라이한 부부인
것 같아요,...
그런 아빠와의 채워지지 않는 허기 때문에
우리 엄마는 늘, 어딘가에 열정을 쏟아붓곤
하지요.
운동을 목숨 걸고 열심히 하더니,...
한동안 그림을 열심히 배우러 다니시고,..
최근에는 색소폰 연마에 열정을 바치시고,...
또,.. 어느 때는
드라마에 푹 빠져서 그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대사를 줄 줄 외우시다가,..
또 책에 빠지셔서 계속 몇 날 며칠을
밖에도 안 나가시고
책만 읽으시다가,... 그러신답니다. “
그래도 우울증에 빠지던지,
술을 마시던지, 쇼핑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멋지지 않느냐는 민준의 말에
처음에는 멋질 수도 있지만 결국
엄마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평생 외롭게
살아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제법 어른스러운 충고를
잊지 않았다.


“세월 참 빠르지? 정환이 초등학교 때
형식이를 따라서 우리 집에 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
춤을 추고 난 후 의자에 앉으면서 상호가
중얼거리자
“아버지,.. 난 아직도 이 세상에서 아버지가
가장 멋지신 것 같아요.
아버지보다 더 멋진 남자를 본적이
없다니까요 “
하고 지수가 말했다.
“에고,.. 농담도 잘한다”
“아니에요 아버지,.. 난 가끔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나일 먹으면서 생각해 보니,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거 같아요,..,“
다정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민준은
문득 우리 아버지도 오래 사셨다면
나도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의문이 들음과 거의 동시에 노래방
기계에서 다른 음악이 흘러나왔고,
기분 좋게 술에 취한 정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야! 내 노래다~~"
노래방 기계에서는 김종국이 부른
(사랑스러워)라는 노래의 반주가 흥겹게
흘러나오고,
정우가 마이크를 들고 노래방 기계 앞으로
나가서 몸을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어! 이거 내 18번인데,.."
지수와 상호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민준이 갑자기 정우가 노래를 부르려고
서있는 반주기 옆으로 취기로 인해
비틀거리면서 걸어 나갔다.
민준이 같이 노래를 부르려고 나오자
정우가 민준 귀에 대고 뭐라고 속 싹이더니,
"워~워~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가수 김종국이 그 노래를
부를 때 추던 춤을 정우와 민준 둘이
똑같이 추면서 지수 앞으로 다가오더니 동시에
지수에게 하트를 날렸다.

" 누나 좋겠다~"
두 사람이 지수를 향하여 계속 하트를 날리자
정환이 지수에게 부럽다고 장난스레 말했고,
지수는 웃으면서 정우와 민준에게 하트를 날리면서
"반사!"를 외쳤다.
두 사람의 유쾌한 합동 공연이 끝나자
마이크에 대고 정우가 지수에게 쌍권총 쏘는
흉내를 내면서 외쳤다.
"자기야! 사랑해~~"
그런 정우를 상호와 지수가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그런 지수를 민준은 술을 마신 탓인지
상기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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