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26)아주 특별한 사랑(H-1)

기억창고 주인장 2022. 2. 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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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랑

 

(지수의 결혼 생활)

 

"아비는 내가 가르친 제자들 중
가장 성실한 학생이었단다"
상호는 가끔 정우에게 철진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곤 했다.
지수가 봐도 철진은 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런 철진의 모습은 부부관계까지도
그저 숙제검사를 맡는 학생처럼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학생의 모습으로 비쳤을 뿐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은지 오래다.

'당신은 내가 무섭지는 않나요?'
최선을 다해 숙제를 마친후
뿌듯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철진의 모습을 바라보다 지수는 문득
외로움이 밀려오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좌절감까지 느껴져서 혼자
중얼거렸다.


그녀는 인간의 감성이나 감정이
호환마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전염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남편과의 잠자리에
아무런 느낌이나 감흥이 없는
자신의 감정은 어느방식으로던
철진에게도 전달이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철진은 지수와의 부부관계를 일사천리로
순식간에 끝내는 스타일이었다.
지수 역시 '그래 십 분만 참자,..'
하는 생각으로 어느순간은 자신이
그저 남편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 되는 기분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란적도 있었다.


정확히 기억할수는 없지만,
언제부턴가 철진은
지수에게 가까이 오고 싶으면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곤 했다.
술을 마시지 않고는 지수에게 올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의무방어전
마저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일까?
솔직히 표현을 하자면,
지수는 그런 철진의 감정 상태에 대한
궁금증조차도 지자체로 바뀌고 나서
정신 사납게 잦아진 선거에 대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지자체의
일원으로 예의가 아닌 듯싶은 마음에
누군지도 모르는 후보자에게
그저 도장을 찍고 나오듯이,
아주 가끔씩 선심을 쓰듯 궁금해 줄 뿐
별다른 의미조차 없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지수 역시 두 사람의
뜨거운 잠자리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라,
지수와 철진의 잠자리는 겨울철 논밭에
뒹구는 볒집단처럼 물기없이 건조했다.


지수와 철진의 결혼생활이 처음부터
물기 빠진 볒집단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둘은 비록 지수 엄마와 아빠가 지수보다
더 철진을 원해서 한 결혼이지만,
결혼하자마자 정우가 태어나고,
정우가 세 돌이 될 즈음에 철진이
박사학위를 받게 되면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정우가 어려서부터 너무 순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까
첫돌이 지나도 말을 하려 들지
않았을뿐더러,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로 보였다.
“말이 늦은 애도 있어요!”
“우리 애는 다섯 살이 지나서야
말을 했다니까,...”
이런 주위 사람들의 말은 이미 지수에게
더 이상 위로가 되지 못했고,
지수는 소아정신과로,
특수교육기관으로 정신없이
정우를 데리고 다니면서 치료와
교육을 병행하곤 했었다.


지수는 그 당시 모든 삶에 대한 의욕이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맛있는 것을 보아도 먹고 싶지도 않았고,
대학시절에 제법 멋쟁이로 소문이
자자했던 지수였지만,
그 당시는 어찌 된 영문인지 멋진 옷이나
핸드백, 구두를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더구나 철진이 자신의 옆으로 오려고
하면, 그런 철진이 짐승처럼 느껴져서
거부하곤 했었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모든 의욕이 단 한점도
남아 있지 않고 사라진 상태,..
사람이 살면서 죽음보다 더 깊은 절망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수는
그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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