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28) 아주 특별한 사랑(I)

기억창고 주인장 2022. 2. 21. 15:33
728x90
반응형
SMALL

아주 특별한 사랑

(마음을 읽다)

 

미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술을 마셔서인지,

지수의 발등이 밤새 가렵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상처 부위가
벌겋게 부어 있었다,

“내가 정말 엄마 때문에 미친다니까,...”
“미안~~ 난 다 나은 줄 알았지”
“그거 덫나면 큰일 나니까
넌 오늘부터 라운딩 하지 마라!”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는 상호도
걱정스러운 듯 살짝
화를 내면서
라운딩을 하러 나갔다.


“누나~지수 누나~~!!”
상호와 정우가 골프 치러 나가자
숙소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밖에서 민준이 지수를 불렀다.
정우 핑계를 대고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민준의 부탁도 있었지만,
지수는 민준이 일하는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었다.



“자~누나는 발 아프니까 여기 앉아서 구경하시고,..”
하면서 민준이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접었다 폈다 하는 간이 의자를
가져다가
지수 앞에 펼치고는 지수를
의자에 앉혔다.

촬영은 생각보다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감독이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한참을 서로 의논을
하더니,
또 한동안은 연기 지도를
하는 듯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도,
같은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찍고 또 찍고를 반복하곤 했다.
셀 수 없을 만큼 같은 장면을
계속 반복하여
찍는 것을 보던
지수는 문득

‘생각보다는 민준이 어렵게 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까칠한 민준이 녀석이
참 의외네요!”

스텝인지 조감독인지 감독 옆에서
촬영하는
내내 화면을 보면서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고 하던 남자 중
한 명이 지수가 촬영장에

나타날 때부터,지수를 의식한 듯
흘깃
거리더니 촬영이 끝나자
간이 의자에 앉아있는 지수 앞을
지나가면서
다시 한번 흘깃거린 후
결국 한마디 던졌다.


“누나~ 우리 점심식사 같이 해요!”
그 남자 말 정도는 개의치 않겠다는
듯  
민준은 촬영이 끝나자
지수에게 다가와서 밝은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지수에게 말하는 민준의 모습을 좀
전까지
펜과 수첩을 들고 계속 촬영장을

지켜보던 단발머리의 키가 큰 젊은
여자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왔지만,

지수는 그녀의 눈빛이 언 듯 신경이 쓰였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은 듯,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식당은 현지식과 한국식을 섞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퓨전식
뷔페라고 할까?
그렇게 퓨전식의 뷔페가 가끔
한국의 특별한
날에는 깜짝 이벤트라도

하려는 듯 그날과 어울리는 한국음식을

준비하여 회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수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음식을
가져오려고 하자
민준이 지수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의자에 주저앉히면서 말했다.
“제가 가져다 드릴 테니, 누나는 여기
앉아 계세요!”
성큼성큼 음식이 차려져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민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수는  
순간 든든하고 뿌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우리 정말 연인 같지 않아요?”
“엉?”
“ 뭘 그렇게 놀라세요?
잠시,
누나가 날 애인으로 생각해 줬던
보답으로
저도 애인 노릇 좀 해

보려고 그러는 건데,.,.. “
음식이 담긴 접시를 가져다가 지수 앞에
내려놓으면서
민준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장난스레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넌 이미 과거의 남잔데,.. 호호"
"그래요? 그럼 지금은 어떤 놈을 마음에
품으셨어요?
살짝 질투가 날라고 하는데요,. 흐흐흐"
민준의 농담이 지수는 왠지 싫지 않아
같이 맞받아 쳤다.
"그건 비밀이지,..
나 같은 아줌마가 마음에 누군가를 품으면
은밀하고 비밀스러워야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까발리면
재미없거든,.."

지수의 싫지 않은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자꾸 누구냐고 가르쳐 달라는
민준에게
그걸 예전 애인에게
말하는 건
더더욱  예의가 아니므로
말을 못 해주겠다고 말하는
지수의
모습이
마치 두 연인이 다정스럽게

사랑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냉커피를 타 온다는
민준을 기다리면서 지수가 리조트
잔디밭에

있는 원두막에 앉아 있는데,
마사지를 하는 크리스틴이 지나가면서
지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크리스틴은 올해 25살 된 몸이 뚱뚱한

아가씨로, 필리핀 남자들은 돈도
없으면서 여자랑
술을 좋아한다고
자신은 아마도 오랫동안
싱글로 살게 될 것 같다고 지수에게
말하곤 했다.

그녀는 큰 덩치에 안 어울리게 애교
넘치는 말투에
특히나 마사지를
아주 잘해서 지수는

늘 그녀에게 맛사지를 받곤 했다.
지나가던 그녀가 지수의 발등을 보고는
“아줌마! 아파?”
하면서 걱정 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자기가 근무하는 마사지실로 들어가서
뭔가를 가져왔다.
그녀는 조그만 캡슐에 들어있는 약과,
연고를 가지고 와서
상처부위에 캡슐에 들어있는 가루를
뿌려주고는 저녁때 씻고 잘 때 연고를
바르라고 서툰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서
말해 주었다.


“누나! 커피요~!
나도 참 별짓을 다 해 보네요!”
하면서 민준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자,
크리스틴은 두 사람의
다정한 분위기를  
자신이 깨기라도
해서 미안한 듯이,

황급히 자리를 떴고,
마사지실 쪽으로

뛰어가는 크리스틴을 보던
민준이 지수 옆으로 바짝 앉으면서
말했다.

“누나는 도대체 여기 애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나 봐요?”
“몇 년 전부터 왔었으니까,...
그리고 난 이곳 사람들이 좋아!”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리는
지수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민준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 느낌이 뭘까?...
아~ 도대체 이 느낌이 뭘까요?”
“뭘? “
뜨악해하면서 지수가 민준을
쳐다보자,
민준은 지수를 쳐다보지 않고 먼 곳을
응시하면서 평상시 그의 말투보다
단 3도쯤 높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모르겠단 말이야,...
처음부터 그랬다니까요,...
부족한 것 하나 없고, 늘 씩씩하고,..
에너지 넘치는 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왜 가슴이 아파오는 건지? “
“...??”
“그리고 나란 놈,.. 정말 남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누나 얼굴만 보고 있으면 누나의
기분이나
마음이 막 읽어지는
것 같다니까,..

혹시요,.. 누나가 저한테 전에 보냈다는
그 영혼 접속 메시지요,..
그게 이제서 제게 전달이 된 거
아닐까요? “

“그만! 요기까지만,...
그거 아주 오래전에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왔거든,..”
지수가 웃을 듯 말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지막하게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민준의 말을 막았다.



지수의 그런 태도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듯

민준이 오히려 지수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누나는 내 생각이나 기분이
안 느껴져요?

이상하네,.. 나만 그런가?"
"얘가,.. 얘가...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사람들이 바람둥이라고
하는 거야!

그 말 누가 들으면 작업성 멘트로
들린단 말이야,.."
잠시 생각에 잠기던 지수가 결심이라도
한 듯,
혀를 끌끌 차면서 어이없는 농담

그만하라는  투로 짐짓 가볍게 민준의
말을 받아넘기자,

"그래요?
그럼 제 작업이 누나한테 먹어주고 있단
말이죠?"
이쯤에서 그냥 물러날 민준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질 수 없다는 투로 민준이 지수의 말을
웃으면서 되받아 쳤다.
"에고,... 정말이지,.. 언제 철들래?
아줌마 무서운 줄을 몰라,..
너 그런 말 함부로 하면 다음엔
요 정도로
안 끝낸다"
하면서 지수가 민준의 등짝을 한대
후려치면서 말했다.
"아야! 그럼 다음에는 입이라도

때리실 건가요? 흐흐흐"
짐짓 아픈 표정을 지으면서 민준과
지수는
서로 하고 싶은 말들을
농담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서로에게
전하고 있었다.


"에이~커피 맛없다! 나 들어간다"
한참을 실랑이하듯 민준의 농담을
듣고 있던 지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민준을 향해 짐짓 밝은 표정으로
어깨를
한번 으쓱하면서
먹다만 커피잔을 민준의 손에 쥐어
주고는
성큼성큼 자신의

숙소 쪽으로 걸어갔다.
어색하고 어정쩡한 표정으로
민준은 한동안,

지수가 불타는 노을 속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728x90
반응형
LIST

'방구석 소설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아주 특별한 사랑(K)  (2) 2022.02.21
(29)아주 특별한 사랑(J)  (0) 2022.02.21
(27)아주 특별한 사랑(H-2)  (0) 2022.02.18
(26)아주 특별한 사랑(H-1)  (0) 2022.02.18
(25) 아주 특별한 사랑 (G-2)  (0) 202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