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설가

(15) 아주특별한 사랑 (A-2)

기억창고 주인장 2022. 2. 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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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랑

 

story 1,두 번째 만남 첫번째 이야기

 

1월의 세부날씨는 우기로 낮에 한차례씩 스콜이라 불리는 비가 내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개이고를 반복했다.

그런가하면 어느 날은 밤새 비가 내리다가 아침이 되면 마찬가지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창하게 개이곤 했는데, 민준이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변덕스러운 세부 날씨 때문에

약간은 짜증이 나는 그런 날 오전 세부의 한 리조트에 딸린 골프 연습장에서였다..

민준이 프로의식이 투철한 면도 없진 않지만,

사실 민준은 모든 운동을 좋아하는 반면에 아직 

골프에 대해서만은 자신이 없는 관계로 스스로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한번 배워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부 골프장에 상주하는 프로 잭슨 리는 자그마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남자로

얼굴빛이 흑색에 가까워서 얼핏 보면 그가 한국인이 아니고 현지인인 줄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 가끔 어떤 이들은 그가 현지인인지 한국인인지 내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였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화려한 것 잭슨 리는 민준에게 레슨을 하면서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간간히 시간 날 때마다 들먹였는데, 그것은 마치

‘이곳에서 이러고 있다고 날 무시하지 마세요!라고

강조하는 듯하여 더욱더 그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말이라는 것을 누군가가

그에게 충고를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했다..

 

“상호씨이~우리 상호 씨 어쩌면 좋아!

민준에게 잭슨 리의 화려한 과거사가 지루해질 때쯤,

자신보다 몇 타석 앞에서 빨간 티셔츠에 감색 바지를 입고 빨간 팔각모 스타일의

모자를 쓴 젊어 보이는 여자가 70살은 족히 넘어 보이는 노인의 연습장면을

다정하게 도와주고 있는 모습이 민준의 시야에 들어왔다.

“상호 씨~그건 아니지.~~

공을 끝까지 보라니까는~

그녀는 나이 많은 남자에게 짐짓 샐쭉하게 눈을 흘기면서 교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정히 지나치고 애교가 넘쳐서 민준은 하마터면 몇 개월 전 강남역에서

자신과 마주쳤던 그녀와 민준 앞에 있는 그녀가 같은 사람이란

사실을 꿈에도 생각 못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민준 자신의 기억력이 제법 아직은 쓸 만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취향이 노인네들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리조트는 세부 막탄 공항에서 한 시간 이상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달린 후

사탕수수가 국경일 의식 행사 때 나라의 높은 분들이 지나갈 때 사열을 하듯

늘어서 있는 길을 따라서 한참을 달린 후 해안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제법 운치도 있고 조용해서 노인들이 리조트를 분양받아

겨울을 지내면서 쉬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에는 안성맞춤인 듯 보였다.

노인들이 겨울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곳 숙소에서 수영을 즐기고 또 한국보다 턱없이 저렴한 가격에 골프를 즐기는

대다수는 60은 족히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몇몇 프로지망생들과 민준 일행,,

또 지수네 가족들만이 젊은 축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매니저 정환이 낮잠을 자고 있는 틈에 심심해진 민준은 낮에 잠깐 봐 두었던

풀장 생각이 나서 수영이나 할까 하는 마음에 수영장을 찾았는데,

수영장 한쪽에 마련되어있는 빠 앞에서 그녀와 문제의 나이 많은 남자가 담소를 즐기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민준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담한 수영장 한 켠에는 크진 않지만 수영장과 어울리는 빠가 있고,

옆에는 한국에서 가지고 온 듯한 노래방 기계도 놓여 있었으며,

빠 옆에는 이미 한국 당구장에서는 이용하지도 못할 듯 보이는

낡은 당구대 두 대가 나란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준이 지수와 늙은 남자를 지나쳐 수영을 하려는 순간에도

그녀는 민준을 알아보지 못한 듯 단 한 번의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늙은 남자에게 땅콩 껍질을 손가락으로 비벼깐 다음 입에 넣어주고 있었다.

'취향이 올드하신가 보네,..'

두 사람의 모습이 하도 오래된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말도 안 되는 변명처럼 갑자기 사라진 지2020여 년이 지나 이미 형체조차 알 수 없는

민준의 윤리의식이 환생한 것 인지

자신도 모르게 뱉은 지1분도 지나지 않아 후회할 말을 뱉어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민준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늙은 남자와 조근조근 연인처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간간히 상호 씨,.. 우리 상호씨,... 이렇게 다정하게

늙은 남자를 부르는 그녀의 소리만이 민준의 귀를 거슬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 영화배우 김민준 씨 아니세요?

풀 안에서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수영을 하다가 물속에서 솟구쳐 나오면서

반갑게 민준에게 아는 척을 한 것은 ‘그녀의 말투를 자신이 왜 거슬려할까 ‘ 하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일어났다.

“형! 여기 영화 촬영하러 오셨어요?

대학교 2학년이라는 남자애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처럼 붙임성 있게 민준에게

말을 걸으면서 같이 수영하자고 민준을 풀 안으로 잡아당겼다.

민준이 정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어린 남자애와 수영을 시작한 지 채 10분도 안됬을 때,

헐레벌떡 정환이 민준을 찾아 헤맨 듯 숨을 몰아 쉬면서 풀장 쪽으로 뛰어오면서 소리쳤다.

“야! 이 원수야!

어딜 가면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 할 것 아냐? “

“내가 어린애야?

자고 있길래 피곤 한가 부다 싶어 생각해서 혼자 나와 구만,..

“지수 씨~공좀 던져 주세요오~~”

민준이 정환과 티격태격하는 사이 정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어린 남자애가

늙은 남자와 술을 마시고 있는 그녀에게 소리치면서 말했다.

“너! 엄마 이름 함부로 부를래?

싫지 않은 듯 살짝 눈을 흘기면서 공을 던져주고,

그녀는 다시 늙은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 지수 씨 화났어?

웬 앙탈이야~?~ ?

앙탈 부리니까 더 섹시한데,... 히히”

하면서 장난치듯 그녀에게 소리치고는 그 남자애는 또다시 민준의 손을 잡아끌었다.

“형! 우리 애인 너무 멋지지 않아요?

내가 이래서 여자 친구를 못 사귄다니까요..

~ 눈이 너무 높아졌단 말이야! “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 정우와 지수 그리고 상호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부부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많은 거 아닌가?

하면서 세 사람 관계 정리를 못하고 있는 민준의 수고를 한방에 정환이 해결해 주었다.

 

“저,... 혹시,... 이상호 선생님 아니세요?

민준과 정우가 살짝 어긋난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정환이 놀란 듯 소리쳤다.

“야! 정말 신기하다!

여기까지 와서 선생님이랑 누나를 만나다니,...

멀뚱멀뚱 정환을 바라보는 그녀와 늙은 남자 앞에서 정환이 혼자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민준아~ 인사해!

나 고등학교 때 은사님이시고,

이쪽은 따님이자 나의 선배님이신 이지수 누나,... “

멀쓱 해 하는 민준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환이 지수와 상호에게 민준을 소개했다.

“김민준이라고 아시죠? 선생님은 모르세요?

제가 이 친구 일을 봐주고 있습니다!

“아~ TV에서 본거 같구먼,..

상호가 민준과 정환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하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렇게 지수는 민준을 보고 의례적인 인사로 처음 만난 사이처럼 무관심하게 대했다.

그녀와 천정 아버지,그리고 아들, 세 사람의 그림은 나무랄 데 없이 다정한

부녀지간과 모자지간의 모습이어서 민준은 갑자기 자신의 나태하고 게으르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덕에 평생을 자기 손과 몸을 움직여서 자식들 뒷바라지하던 엄마 생각이 나서

순간 뭉클해 지려해 자기도 모르게 크게 숨을 한번 내뱉었다 

반가워서 호들갑을 떠는 정환과 공을 같이 칠 멤버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정우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수를 무심코 바라보던 민준은

'그녀의 남편이 저 무리에 끼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하다가 저기에 어울릴 아빠라는 남자의 모습은 어떤 모습 일까 하는 

뜬금없는 상상을 하다고 한번 놀라고, 그런 상상을 하는 자신에게 한 번 더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환이 형! 그럼 나중에 저 방송국 구경시켜 주실 거죠?”

정우는 신이 나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걸그룹을 소개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흥분하여 정환에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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